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 아래, 땀에 흠뻑 젖은 채 주먹을 치켜든 수만 명의 젊은이들. 하치미네는 조금 높은 곳에서 시원한 표정으로 그 열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긴자의 친구들과 함께 박스석에 앉아 있었다. “페스티벌은 우아하게 감상하는 게 최고다”라고라도 말하려는 듯한 여유. 하지만 이 여유, 과연 끝까지 유지되었을까.
서머소닉 ── 25주년을 맞이한 일본 최대 규모의 도시형 페스티벌

서머소닉은 매년 여름 도쿄와 오사카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리는 일본 최대 규모의 도시형 음악 페스티벌이다. ‘서마소니’라는 애칭으로 친숙하게 불리며,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2026년은 무려 25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예년의 2일에서 3일로 규모를 확대하여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개최되었다. 도쿄 공연장은 ZOZO 마린 스타디움과 마쿠하리 멧세다.
니가타의 산속에서 캠핑을 즐기며 열리는 후지 록과 달리, 서머소닉은 전철로 이동할 수 있고 당일치기 방문도 가능한 ‘도시형’이 특징이다. 해외의 핫한 아티스트들이 많이 출연하는 경향이 있다. 하치미네가 방문한 날은 첫날인 8월 14일(금)이었다. 이날 도쿄 공연장의 헤드라이너는 25년 만의 일본 방문으로 화제를 모은 THE STROKES를 필두로, BUMP OF CHICKEN, JENNIE 등 화려한 라인업이 총출동했다.
박스석, 어른의 선택

이번에 하치레이 일행이 확보한 것은 ZOZO 마린 스타디움 내의 ‘박스석’이다. 스탠드 상단에 마련된 이 구획석은 한 박스당 최대 5명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테이블을 둘러싸고 친구들끼리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인파에 휩쓸리지 않고 편안히 앉아 무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특등석이다.
“페스티벌이란 건 체력 싸움이지. 그렇다면, 나는 머리를 쓰겠다.”
그렇게 말하며 태연한 표정으로 박스석에 자리를 잡은 하치미네. 긴자에서 20년을 보내며, 편안함과 아늑함에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남자다. 스탠딩 구역에서 밀리고 밀리는 젊은이들을 뒤로 한 채, 조금 떨어진 그들만의 공간에서 여유롭게 자리를 잡는다. 이 선택은 초반에는 완전히 옳은 결정으로 보였다.

모르는 아티스트라도 왠지 즐겁다
솔직히 말하면, 하치레는 출연 아티스트 대부분을 알지 못했다.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 헤드라이너급의 극히 일부뿐이었다. 그 외에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 같다’는 정보만을 믿고, 차례로 바뀌는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신기하게도 즐겁다. 모르는 밴드라도 눈앞에서 수만 명이 열광하고 있으면, 그 열기가 나에게도 전염된다. 누구의 곡인지도 모른 채, 정신을 차려보니 리듬에 맞춰 몸이 흔들리고 있다. 음악의 힘일까, 페스티벌의 마력일까. 박스석에서 팔짱을 끼고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을 하치미네도, 어느새 몸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시원하게 볼 줄 알았는데, 결국
그리고 해가 지고, 드디어 헤드라이너가 등장한다. 공연장 전체의 열기가 단숨에 치솟는다. 땅이 울리는 듯한 환호성, 흔들리는 무수한 팔들, 그칠 줄 모르는 대합창.
이 지경에 이르러, 그 ‘우아하게 관람하겠다’는 당초의 계획은 완전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박스석에서 몸을 내밀고, 친구들과 함께 함성을 지르는 하치미네. 태연한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땀을 흘리며 완전히 열광의 한복판에 빠져 있었다. 결국, 좋은 자리에서 보든 서서 보든, 페스티벌에 휩쓸릴 때는 휩쓸리는 법이다.
누군가 “우아하게 감상하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라고 따져 물었더라도, 그는 이미 그 말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요약
뜨거운 햇볕 아래의 열광도, 25주년이라는 특별한 분위기도, 낯선 아티스트들만 있는 신선함도, 하치미네에게는 모든 것이 자극적이었다. 쾌적한 박스석을 골랐을 터인데, 막상 끝나고 보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결국 가장 즐기고 있었던 건, 시원하게 태연하게 굴고 있었을 그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른다운 여유도, 진짜 라이브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여름밤의 소리에 휩쓸리는 건, 몇 살이 되어도 나쁘지 않다.